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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랜서 칼럼] 책 읽는 법을 아는 사람과 모르는 사람

ZDNET Korea

2023-01-18 조회수 : 1977

앎은 무엇을 모르는가를 아는데서 출발한다. 요즘들어 메타인지 중요성이 강조되는 건 참 다행한 일이다. 그런데 말로는 메타인지 메타인지 하지만 제대로 그 의미를 알지 못하는 사람이 많다. 정말 자신이 무엇을 알고 무엇을 모르는지에 대해 제대로 체크해봐야 한다는 이야기다.

예를 들어 책을 읽는 법에 대해 진짜 잘 알고 있냐고 물으면 대부분의 사람들은 그렇다고 답한다. 정작 1년에 책을 1권 이상을 완독하는 사람은 극소수인데 말이다. 그렇다면 독서법은 아는데 독서는 하지 않는다는 말인가? 이건 뭔가 이상하다. 독서법에 대한 우리의 메타인지가 부정확한 것일 가능성이 높다.

완독할 줄 모르면서 자신은 책을 읽을 줄 안다고 생각하는 데는 나름 이유가 있다. 학교 다닐 때 교과서와 참고서로 공부를 했으니 당연히 책을 읽을 줄 안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잘 들여다보면 학교에서 교과서 읽는 방식과 일반적인 독서의 방법은 전혀 다르다. 학교에서는 선생님이 교과서 내용을 가르쳐주고, 또 참고서를 보면서 추가 공부를 하고, 심지어 시험에 대비해서 읽은 책을 반복해서 읽는다.

이런 독서 방식은 굳이 분류를 한다면 회독공부법에 해당한다. 회독공부법은 자격증 시험을 준비할 때 많이 쓰는 공부법이지 인문학 서적으로 읽을 때 적용할 책 읽는 방법은 아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이 회독공부법을 배운 적은 있어도 인문학 책이나 교양서를 읽는 독서법을 배운 적은 전혀 없다. 학창시절 책이 너무 좋아 스스로 독서법을 깨우친 경우를 제외하고는 말이다.

책을 몇 권씩 읽기는 하면서도 ‘나는 이과라서 책을 잘 못 읽어’ 하고 생각하는 사람도 메타인지가 잘못되어 있기는 마찬가지다. 이 경우가 책을 읽을 줄 안다고 착각하는 것보다 더 나쁠 수도 있다. 읽을 줄 안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어쨌든 읽기를 시도할 가능성이 있는 반면, 읽고 있으면서도 잘 못 읽는다 생각하는 사람은 점점 더 독서를 포기하는 길로 들어설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자연과학이나 공학은 언어로 하는 학문 아닌가? 책이나 논문을 보지 않고 이과공부를 할 수 있단 말인가?

언어 스타일, 내용 종류가 다를 뿐이지, 자연과학이나 공학이 다른 학문영역보다 오히려 더 논리적이고 언어 표현의 조탁을 필요로 한다. 그러니 ‘나는 이과라서 책을 잘 못 읽어’ 라고 생각하는 사람은 이과, 공학, 자연과학의 성격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사람이다. 앞으로는 ‘이과라서 나는 더 책을 잘 읽을 수 있어’ 라고 말하기를 바란다.

책을 전혀 읽지 않는 사람이든, 이과 출신이든, 책을 읽기는 읽는데 자신이 없는 사람이든 모두 독서법의 기본을 배우고 연습해야한다. 오늘 이 글을 읽고 바로 ‘독서법에 대해 공부하고 연습하고 해야지’ 하고 결심해주기 바란다. 그리고 유튜브, 블로그 등을 총동원해 자신에게 필요한 연습의 과제와 그 수행 방법을 정리한 후 바로 실천했으면 한다. 그래야 인문학적 깊이와 펑펑 터지는 아이디어와 놀라운 통찰을 겸비한 이과 출신 전문가가 될 수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독서법과 관련한 과제에 대해 간단히 말하자면, 일단 눈동자의 움직임이 독서에 최적화되어 있어야한다. 또 책을 읽으며 생각을 자주 하고 그 생각을 이어봄으로서 내용의 맥락을 짚을 줄 알아야 한다. 조금 더 나아간다면 파악된 책의 내용을 독서노트 같은 메모장에 쭉쭉 메모해가는 습관까지 몸에 붙여야 책을 즐기면서 동시에 책을 통해 지식을 섭취하는 제대로 된 독서가라 할 수 있다. 각각 눈 운동 독서법, 생각 독서법, 메모 독서법이라 부르는데, 앞으로 기회가 닿을 때마다 이 독서법의 상세에 대해 설명하도록 하겠다.

눈동자를 좌우로 움직이며 독서를 하면 속도감과 리듬감을 느끼면서 독서를 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예민한 눈 근육 움직임 때문에 졸음이 전혀 오지 않는다. 두세 문단을 읽고 무슨 이야기였지 하고 ‘순간의 생각’을 하는 사람은 책의 내용을 자기화해서 소화할 수 있게 된다. 게다가 서너 페이지를 읽을 때마다 ‘순간의 생각’을 이어 ‘생각의 이음’을 하면서 책을 읽으면 책의 맥락이 파악되면서 책에 더 흥미를 느끼게 된다. 메모까지 하면 읽은 책의 내용이 머리에서 달아나지 않는다. 독서법을 공부하고 두 달 정도 연습을 하면 여러분 모두 멋진 독서가가 될 수 있다. 오늘은 여러분 모두 ‘독서법을 공부하고 연습해야지’ 하고 결심하는 날이었으면 좋겠다.

김익한 명지대 명예교수


필자 약력

△명지대 명예교수, 인문 콘텐츠 크리에이터, 교육컨설턴트

△명지대 기록정보과학전문대학원 교수(1999~2022)

△대통령 비서실 업무및기록혁신TF 자문위원장(2004~2006)

△국가기록관리위원회 위원(2005~2008)

△(사)한국국가기록연구원 원장(2008~2022)

△한국기록학회 회장(2020~2021)

△유튜브 채널 김교수의 세 가지 크리에이터(2020~현재)

△아이캔유튜브대학 학장(2021~현재)

△(주)문화제작소 가능성들 대표(2022~현재)


[이랜서칼럼]은 ‘IT를 기반으로 자유롭게 일하는 21세기형 전문가’를 지칭하는 ‘이랜서’(e-Lancer)들이 21세기형 일과 생활에 대한 인사이트와 노하우를 공유하는 장 입니다.